바다, 사계의 노래
강성재
1
바다는 어머니
손님처럼 돌아오는 아버지로 하여
좋아라
단내나는 내 꿈의 건반 같은
물결로 해초를 키우고
해안마다 밀물에 실려 와 해풍은
전설의 나무에 꽃을 피워
꽃잎 같은 발자국 남기고 걸어가면
벌, 나비 날고 한 시대가 돛을 올리는
출항제
2
수평선이 기지개를 켜면
높아지는 하늘
내 생애만큼 깊어지는 바다에
부표를 달고
따개비 손을 적시면
뱃전 가득 휘파람을 부는 비조여
허물을 벗는 가난의 등피가 쓰리다
기상예보
해도를 따라 어둠이 파랗게 날고
수만 군마가 달려오듯
흰빛 갈기를 세우는 파도
3
산이 되는 바다
뭍으로 뭍으로 그리움의 편지를 쓰던
섬은 종(鐘)이 되어 울고
돛대 위에서 오색으로 펄럭이던
바람, 건강한 새떼들의 부리에
노을이 지고
단풍이 드는 바다
4
집어등을 켜고
몇 겹 어둠을 썰면
우리들의 견고한 손
견고한 어깨 위로 찔레꽃 눈이 오고
그물에 돋아나는 청어의 비늘
유빙 같은 잠이 들면 꿈결인 듯
치아 고른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깨어보면 아침, 내 유년의 목선이 노를 젓는
바다는 태양을 한 아름 품고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