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침대
박해미
봄이 되자 꽃이 꽃을 보기 위해 무더기로 피기 시작했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앞산에서 내려온 산수유꽃 내음을 맡기 위해
군자란이며 게발선인장이 한꺼번에 피어나고 있다.
물이 잔뜩 오른 꽃들의 꽃잎을 말없이 받들고 서있는 받침대
잎사귀나 줄기, 꽃들에 가려 쉽게 시선을 끌지 못하는 받침대
궂은 슬픔같은 습기에 차 있어도 꽃의 중심을 향해 가슴 한껏 벌리고 있다.
나무들의 받침대가 흙이듯 물고기 떼의 받침대가 바다이듯
밥그릇의 받침대가 밥상이듯 모든 받침대의 중심은 꽃이다.
세월이 지나면 때로 꽃과 받침대의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어머니 이른 새벽부터 받침대위 꽃들처럼 부산하시다.
오늘은 내가 그 꽃의 받침대가 되기로 한다.
꽃들의 중심은 받침대,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받침대는 꽃이다.
꽃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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