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병도
박혜연
이참에 나는
연못 한 가운데에 방을 하나 잡고
한 계절 들어가 살아야겠습니다
명주실 한 끝이 다 들어가도 끝이 없다는
그 곳으로 들어가
어머니 자궁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 손가락을 빨며
세상에 나가 어떤 별로 뜰까만을 생각하겠습니다
온갖 세상 풍파로부터 단단히 보호된
그 방에서
세상 풍파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푸른 별로 사는 생을 생각하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태어난 이 별은
천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우리는 오늘도 이 초록별에 오염된 기침을 쏟아내지만
알타미라 벽화를 그렸던 손이 그랬던 것처럼
이 별을 닮기 위해 온 몸 푸르게 잠겨야겠습니다
그런 어느 날 단단한 뼈 곧추 세우고
심연에서 힘차게 솟구쳐 오르겠습니다
나 잠시, 연못 한 가운데로 걸어
초록별 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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