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
신병은
늦가을 꽃의 마알간 낯바닥을
한참을 쪼그려 앉아 본다
벌들이 날아든 흔적은 없고
햇살과 바람만이 드나든 흔적이 숭숭하다
퇴적된 가루 분분한 홀몸에 눈길이 가고
나도 혼자라는 생각이 정수리에 꼼지락대는 순간,
꽃 속 꽃이 내어준 자리에 뛰어들었다.
혼자 고요한 꽃은,
누군가 뛰어든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꽃은
순간 화들짝 놀랐지만
나도 저도 이내 맑아졌다
곁이리라
화엄(華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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