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동백의 언어
- 여순 항쟁을 생각하며
우동식
여순 동백은 눈동자다
수없이 수도 없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주시하는 눈동자다
아들 잃고 남편 잃고 부모 잃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
벌겋다
벌겋다 못해 핏발이 섰다
여순 동백은 입술이다
아직, 다물지 못한 입들이 붉게 살아나
‘우리가 무슨 죄냐’
‘우리가 무슨 죄냐’
한겨울을 피운다
한겨울을 꽃 피운다
여순 동백은 저항의 촛불이다
온몸 비틀어 꿈틀꿈틀
깨어난 자들의 처절한 손짓 발짓으로
적폐를 부수뜨리려 했다
‘뭐하고 있어’
‘뭐하고 있어’
할 일 많고 갈 길 먼데 뭐하고 있느냐고
채찍이 가한다
깨어난 영혼들이 나를 둘러친다
한창일 때 툭, 떨어져
바닥에서 또 피어나는
여순 동백의 언어
뜨겁다
뜨겁다 못해
스스로 불빛이 되어 망망대해를 밝히다가
밑바닥에까지 온통 불을 지펴
시대의 적폐를 또 태운다
한겨울 건너 봄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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