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사랑법
이청미
봄비가 내린 뒤 산책로 벽돌 위에
무늬가 된 한 쌍의 민달팽이
빗장을 걸어 잠글 집 한 채 없다지만
지푸라기 한 올 기댈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듯 인기척에도 꼼짝 않는다
단단히 진공된 두 혀가 사랑을 속삭인다
몸과 몸이 만나
하고 싶은 대로 저를 맡긴다
사랑의 끄나풀이 닳아 떨어질 때까지 보듬는다
이불 없는 바닥이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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