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숲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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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애

오랜 숲이었던

관리자 0 403 2020.08.30 13:27




오랜 숲이었던

 

차성애

 

 

동그랗고 따뜻한 곳에

별 하나 탯줄로 묶어 주셨지요

꽃 같은 생명이 되어

별의 향기로 한 송이 꽃으로

요람에 담겼지요

당신이 내게 주신 것처럼

내 몸 가장 빛나는 날에

동글동글 몸집을 불렸지요

소중한 날을 택하여 푸른 잎을 틔웠지요

하늘 아래 가장 행복한 날이었지요

꽃과 별을 품었던 숲은

마른자리 진자리가 되어

참 많은 날을 웃고 울었지요

 

이제

푸르던 숲 여기저기 허물어지네요

오랜 숲이었던 관절들이 신음을 하네요.

쿵렁쿨렁한 낮선 청진기의 길을 자주 걷네요

해마다 봄이면 제자리에 돌아와

다시 생명의 숲이 될 순 없겠지요

아낌없이 가진 것을 주셨던

어머니처럼

꽃과 나무처럼

세상을 향해 무거워진 내 몸을

조금씩 조금씩 덜어 냅니다

 

duck60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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