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 언니
최향란
울 엄마 살았을 적 언니 하나 낳아달라고 졸랐더랬지.
이미 남동생 있었으니 필요한 건 언니였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당가 석류꽃처럼 울 엄마 웃었지.
꽃무늬 치맛자락 붙잡고 안 돼? 엄마, 안 돼?
철없이 묻고 또 묻다가 잠들다 깨고 칭얼대다 깨곤 했지.
다 잊었다 했는데, 해지니네 국수집에서 심장 두근거리네.
죽은 울 엄마 붙들고 다시 국수 한 그릇 척하니 말아주는
언니 낳아 달라 떼쓰고 싶네.
남은 생 뜨거운 국수로 가슴 녹이며 살고 싶은,
욕심이 사발 속 김 서리듯 눈가에 술술 서리고 있네.
문 앞에서 양 팔 떡하니 벌려 가로막고
해지니네는 울 언니 국수가게라고 말하고 싶은,
염치없는 희망 한 번 꿈꾸고 싶네.
해지니네 국수집, 가을 국화꽃으로 핀 수자 언니가 따뜻한
국수를 척척 말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