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간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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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추억

사라져간 골목길

관리자 0 797 2020.08.2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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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우리 집 파란 대문은

좁은 골목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좁은 골목길엔 아직도 제 기억의 발자국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습니다.


골목길은 단순한 길이 아닙니다.

또래들에게는 소중한 놀이터이기도 했고

그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은신처이기도 했습니다.


새삼 생각해 보니

‘골목길’이라는 말을 해본지도 오래되었고

들어본 것조차도 오랜만입니다.

 

어렸을 적 골목길은 늘 또래들로 북적댔습니다.

한쪽에선 구슬치기를 하고, 또 한 쪽에선 딱지치기를 하고,

또 한 쪽에선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또 한 쪽에선 숨바꼭질을 하고도

남을 만큼 아이들은 골목에 차고 넘쳤습니다.


그렇게 서로 잘 놀다가도

어느 때는 엉켜 붙어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렸을 때는 왕따도 없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하루 종일 놀아도 다 못할

다양한 놀이들이 많았으니 왕따시킬 친구도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골목길에서

울고 웃고 놀고 싸우면서 어려서부터 우정을 배웠고

서열을 배웠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형들은 동생들 챙길 줄 알았고,

동생은 형들을 따를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을

어렸을 적부터 골목 안에서 배웠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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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사진인데 지금의 교동오거리 부근입니다>




그래서 어릴 적 우리가 놀았던

그 골목길은 언제나 넓고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품어내는 사람다운 향기가 늘 베여있었습니다.


한데 지금의 도시에는 골목이 없으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없으니

세상은 따뜻함을 잃어가며 삭막해져 갑니다.


언제까지나 우리의 가슴속에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골목길.


그 골목길이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추억 덕분에 저와 제 친구들은

배는 곯았을지 몰라도 마음을 곯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이 골목길 대신에

넓은 길이 있고, 넓은 길에는 온갖 차들로 북적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더 외롭고, 더 쓸쓸하고, 더 황량하게 서있습니다.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 것이

꼭 좋은 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by 장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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