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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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추억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

관리자 0 777 2020.08.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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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왔는데

이웃집 아주머니들 여럿이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무슨 재미난 얘기를 나누는지 웃음소리가 대문 밖에까지 들릴 정도였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며

씩씩하게 대문을 들어서는 저를 보더니

이웃집에 사는 원태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왔네?”

​그런데 그 옆에 계시던 정인이 엄마도

​“아~ 그때 주워온 아이가 저 아이구나”하셨습니다.

 저는 책가방을 마루에 던지며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녜요, 우리 엄마가 나를 낳았어요.”

 

저의 말이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 옆에서 고추를 다듬던 문숙이 엄마가 제 말을 대뜸 받아

말씀하셨습니다.


​“아냐, 니 엄마가 니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것을 그때 내가 분명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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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정도 되면

​“완규는 내가 낳았어요.”하고 말씀하셔야 할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웃고만 계셨습니다.

​평소에 거짓말을 하지 않던

문숙이 엄마까지 다리 밑에서 주워온 저를 봤다는데

제가 어찌 겁이 안 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언젠가 어머니께서

​“너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떠올랐기에 겁이 더 났습니다.

 

“아녜요, 분명히 우리 엄마가 저를 낳았어요!!”

 

저는 이렇게 악을 썼습니다.

그때 ​저의 목소리는 담벼락을 넘어

지붕을 타고 높이 올라갔습니다.


​그때 제가 제대로

걸려들었음을 확인한

동네 아주머니들은 아주 신이 났습니다.

 

“아냐, 너를 다리 밑에서 주워온 거 맞아!”

“아직도 저 아이가 그것을 모른가벼…”

 

저는 코를 씩씩거리고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아주머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을 할 때마다 그 아주머니를 매섭게 쏘아보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저에게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못 믿겠으면 니 엄마가 옆에 있으니 니가 직접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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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의 울상이 되어있는데

어머니께서는 그때까지도 웃고만 계셨습니다.

​그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엄마! 정말이야?”

 

저는 어머니에게 분명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이 말은 눈물까지 아롱진 저의 딸꾹질 발음이었기에

어머니나 동네 아주머니들이 알아듣기엔 불분명하였을 것입니다.

​단지, 분위기로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눈치로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그럼 우리 엄마는 어딨는데?”

 

드디어 울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주머니들도 지지 않고 말했습니다.

 

“니 엄마 찾으려면

서시장 다리 밑에 가봐.

   ​니 엄마가 거기서 생선 팔고 있으니까.”


당사자인 어머니는

대답이 없이 웃고만 계셨습니다.


사실 어제만 해도

제가 10원만 달라고 했는데

​“나를 시장에 내다 팔아라.”고 말씀하셨던

어머니였습니다.

더구나 증인들까지 이렇게 많으니

저는 이 분이 제 엄마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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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부러

있는 힘껏 발을 쿵쿵거리며

마루를 지나서 안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보자기 하나를 꺼내서 장롱 속에 있는

제 옷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 한 분이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니, 지금 뭐하냐?”

“울 엄마한테 갈 꺼야!”

 

제 목소리는 제법 표독스러웠고

잔뜩 독이 올라 있었습니다.


‘내 엄마도 아닌데, 뭘…….’

 

제 얼굴은 이미

눈물 반, 콧물 반으로 범벅이 됐고

​서러움에 어깨까지 들썩이며 옷 보따리를 쌌습니다.


​서시장 다리 밑에서

생선 장사를 하고 있는 진짜 울 엄마를

찾아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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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신에 어떻게 옷 보따리까지

챙길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긴 합니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그때서야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와 저를 안으며


"아이고 내 새끼!" 하면서

"니 엄마는 나야! 내가 너를 낳았어."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그 말에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한 것처럼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습니다.

 

“저 아줌마들이 아니라고 하잖아!!!!”

 

세상에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어머니의 말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 두 다리를 쭉 뻗고

목청껏 울고 있는 저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줌마들이 너를 놀리려고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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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주머니들은 깔깔대며

웃기만 하는데 저만 서럽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일이 있고도 한참 동안이나

저는 울 엄마가 진짜 울 엄마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어머니 다리 밑에서 나왔지

​어머니 머리 꼭대기에서 태어난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서시장에서 생선 팔고 계시던

울 어머니는 지금 잘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혹시나 하고

둘째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너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는데 너 혹시 그거 알아?”



by 장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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