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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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추억

그 겨울의 추억

관리자 0 450 2020.08.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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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겨울이

아무리 춥다 춥다 해도

제 어린 시절만큼 혹독하게 춥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추운 겨울에도

흙을 만지고 물을 만지고 놀았기 때문에

저의 손등은 마른 논바닥처럼 늘 갈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밤이 되면 어머니께서는

갈라진 제 손등에 안티프라민을 발라 주셨는데

날마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야 했던 저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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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대교 건설 모습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의 겨울은

온통 하얀 색입니다.


아침이면 허옇게 서리가 내렸고

장독대에는 날마다 하얀 눈이 쌓여 있었고

그 장독 뚜껑을 열면 하얀 신건지가 하얗게 웃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겨울은

어찌도 그리 추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일론 양말에 고무신을 신고

날마다 눈밭을 뛰어다녔으니 추웠고

겨울밤 사납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도 추웠고

문풍지 떨리는 소리도 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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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대교가 건설되기 훨씬 전의 겨울 모습인데 가운데 보이는 작은 섬이 장군도입니다> 




한 겨울에 하얀 눈이 내리면

우리 집 마당에는 하얀 달빛이 쏴하고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밤이 되면 달빛이 쏟아지고 별빛이 쏟아졌습니다.

 

그 소리에 놀라 마당으로 나가보면

그때마다 어김없이 초가집 지붕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저는

떨어진 고드름 하나를

쭈쭈바처럼 빨면서 달빛을 보고

별빛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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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반찬은

신건지와 배추김치와 시래깃국이 전부였습니다.

가끔은 까만 김이 가족들에게 한 장씩

배당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 김을 4조각을 내서 먹던

​8조각을 내서 먹던 각자가 결정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소중한 김이 아까워서 늘 16조각을 내서

천천히 먹곤 하였습니다.

 

이것을 제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제 아이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 김을 한 장씩만 주냐고 오히려 묻습니다.


어렸을 때의 겨울을 회상하면

그때는 먹을 것 없이 배고픈 시절이 대부분이었지만

형제끼리 친구끼리 이웃끼리 참으로

정스럽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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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니 그 시절은

제가 ​1년 내내 글을 쓰고도 남을 만큼

 추억이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날씨가 추운 날에는

어머니가 아침마다 끓여주시던

쌀뜨물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간혹 젓가락에 꼽아서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큼지막하게 베어 물던 

동치미 생각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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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어머니가 그립고 그 음식이 그리운 까닭은

그 겨울의 추억이 사무치게 그립기 때문일 것입니다.


by 장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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