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말기 학자인 김이상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무릇 화를 내야 하면 화를 내되
그 화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말아야 하고
두려우면 두려워하되 지나치게
겁을 내어서는 안 되며...
좋으면 좋아하되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근심할 만하면 근심하되
그것이 마음이
상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옛날에 한신이
시장 거리를 거닐 때였습니다.
칼을 찬 한신이 눈에 거슬렸던
동네 불량배가 그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이봐!
너는 칼을 차고 다니지만
실제는 겁쟁이가 아니더냐?
용기가 있거든
그 칼을 들고 나와 대적하던지
아니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가거라!”
그 소리에
구경꾼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한신은
불량배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습니다.
이 일로 온 시장 바닥 사람들은 한신을
겁쟁이 한신이라 비웃었습니다.
훗날 한신은 초나라 왕이 되었습니다.
한신은 왕이 된 이후에 이 사건을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그때의 굴욕을 참았기 때문이다."
이 말이
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는 말입니다.
한순간의 분노를 참으면 훗날의 근심을
면한다는 의미입니다.
살다보면 가끔
자존심 상할 때가 있습니다.
살다보면 가끔
마음에 상처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는 말을
제 마음속으로 늘 되새김질 합니다.
어느 일정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참아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잊어야 할 일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것을 묵묵히 참아내야
그 다음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더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한신은 나중에 왕이 되어
옛날에 자신을 욕보인 그 불량배를
불러서 나를 아느냐고 물어봤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고맙다고 했다지요.
살다가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살다가 조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어도
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는 말을 생각하며
잘 견뎌내는 오늘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