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소리로 온다고 했어요.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매미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떼로 울고 있었어요.
이 세상에 있는 곤충 중에 매미처럼
기구한 삶을 사는 곤충도 없을 거예요.
3년씩 7년씩, 때로는 13년, 17년씩
캄캄한 땅속에서 나무 수액만 먹고 살다가
간신히 세상에 나온 매미는
겨우 열흘이나 보름쯤 목청껏 울다가
가는 것이 매미의 삶이거든요.
겨우 열흘이나 보름을 살려고
그 많은 세월동안 땅 속에서 버티고 살았으니
매미의 울음은 온몸을 바쳐 땅을 울리고
하늘을 울리는 울음일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그 울음이 다하면 매미는
세상과 하직하게 되는 운명이에요.
그래서 물기 하나 없이 빈 껍데기로 남은
매미의 죽은 몸뚱이를 보면 마음까지
숙연해지기도 해요.
“
사람이라고 다르겠어요.
“
사는 동안 온 몸으로 몸부림치다가
물기 없는 껍데기로 남는 것이 우리네 삶인걸요.
매미 울음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 지루한 여름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여름의 끝에서 우리의 삶도 결국
빈 껍데기로 남는 삶이기에 우리가
조금만 더 겸손해지기로 해요.